이웃 사냥/ 해리슨 쿼리. 매트 쿼리/ 영미소설/ 공포/ 스릴러 (2024)

[ 이 책을 읽으면서... ]

제1부/ 서부로 가다/ page.8

1/ 해리/ page.10

14/ 나는 또 1, 2초간 억지로 생각하는 척을 확실하게 해 보인 다음 대답했다.

16/ "어쨌든 덴버는 너무 사람이 많죠. 산에서 지내는 생활이 안 맞으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어요."

"몸조심하세요. 해리."

박사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확실히 약간의 걱정이 비쳤다. 어쩌면 의심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 표정은 의도적이었을까.

2/ 사샤/ page.17

19/ "산자락에 있는 땅을 좀 갖고 싶어. 현관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면, 온통 자연뿐인 곳으로. 인간이 손댄 흔적은 내 집이랑 헛간이랑 작업장밖에 없는 곳이었으면 좋겠어."

20/ 해리는 서른다섯, 나는 서른 살이다.

23/ 우리가 이사를 와야 할 곳은 바로 여기구나.

23/ 그곳은 소 울타리를 두른 6만 7000평짜리 대지 위에 자그마한 302평짜리 집을 갖춘 매물이었다.

24/ 우리는 내털리로부터 우리가 제시한 지나치게 낮은 견적이 아무런 반박 없이 통과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28/ "좋아! 얼마나 더 걸리려나? 다섯 시간 정도 더 가면 돼?"

해리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도요타 4러너에 주유기를 꽂았다.

"응, 그쯤 될 거야. 난 대시를 데리고 볼일 보고 올게."

나는 해리가 도요타 4러너의 둣문을 열고서 대시의 목줄을 풀어주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줌 누러 가자고. 친구."

"남가새랑 유리 조심해, 해리. 와이오밍 시골 주유소 주차장은 개 발바닥이랑 무슨 원수라도 진 것처럼 생겨먹었잖아."

해리는 내게 미소로 대답했다. 대시는 검붉은 꼬리털을 허공에 휘날리며 해리 옆을 터벅터벅 걸었다. 그를 바라보는 개의 모습은 마치 신을 올려다보는 듯했다.

3/ 해리/ page.29

30/ 도로의 서쪽에 있는 이웃은 170만 평짜리 목장을 소유한 어떤 부부다.

30/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 집으로 향하는 진입로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우리 땅을 바라보는 지금 이 순간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겠구나.

31/ 이곳의 경치를 보자마자 우리는 곧바로 이 집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점의 의심도 없이.

37/ 우리 옆에 이웃이 딱 하나밖에 없다니, 그것도 실제로는 2킬로 미터도 넘게 떨어져 있다니. 맙소사, 그거야말로 이 공간에서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이다.

이곳은 조용했다. 아름다웠다. 이제야 집에 온 느낌이었다.

4/ 사샤/ page.39

39/ 이곳에서 살기 시작한 지 3주째, 나는 재택으로 일하는 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40/ "네, 선생님, 해리 블레이크모어라고 합니다. 이쪽은 사샤예요."

45/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우리가 만나기 전에 해리가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를 만나기 전에 해리가 그토록 많은 일을 겪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해리는 날 이토록 깊이 사랑하지 않았을 테니까.

아이의 발달이 타고나는 것인지 교육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결과로 지금 내가 바라보는 이 남자가 이루어졌다. 얼굴에 햇빛을 받으며 진입로를 따라 산속 우리의 작은 목장으로 나를 태우고 달리는 남자. 그래서 감사할 뿐이다.

제2부/ 봄/ page.46

5/ 해리/ page.48

55/ 댄은 나를 한동안 지그시 응시하더니, 우리 사이에 있는 테이블에 아까 올려놓았던 종이들을 집어 들었다.

"자네에게 할 말을 적어두었다네. 자네와 사샤는 이걸 외여야 하니 말일세. 이걸 태어날 떄부터 알았다는 듯이 기억해 두게. 여기 복사본이 몇 부 더 있네. 루시도 지금 사샤에게 복사본을 주고 있을 걸세. 그리고는 같이 검토하겠지. 이걸 절대로 잃어버리지 말게. 베껴 써두게. 손으로 필사를 해. 판자때기에 새겨서 방에다 걸어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하라고."

그는 종이를 다시 우리 가운데 놓은 작은 테이블에 두고는 두 손을 모은 다음 다시 나를 올려다보았다.

"자, 이제 내 말이 끝날 때까지 질문하지 말게."

6/ 사샤/ page.57

58/ "계절마다 찾아오는 산 악령이라니, 그 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 공물을 바쳐야 한다고? 퍽이나 창의적인 이야기지. 게다가 전달방식도 웃기지도 않게 열정적이고 극적이야."

59/ 그때 루시는 '곰 추격'이라는 우습지도 않은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68/ 해가 지고서 연못에 빛이 보이면 이걸로 곧장 벽난로에 불을 붙여요. 루시.

그 쪽지를 읽고서 처음으로 든 감정은 놀랍게도 감사함이었다.

69/ 이곳의 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무수했다. 로키산맥 근처 내가 자란 남부 지역을 배낭여행 했을 때 이후로 이토록 많은 별을 본 게 처음이었다. 그날 밤, 나는 지금 보는 광경에 익숙해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우리는 주방을 치운 다음 침대에 누워 넷플릭스를 켰다. 협탁에 올려놓고 일어나 앉아 침대 위 창문의 블라인드를 내렸다. 그리고는 팔꿈치를 창턱에 대고 몇 분간 연못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눈을 감았다.

7/ 해리/ page.70

72/ 대시의 눈썹은 정말로 "해럴드, 이 배신자 새끼야. 네가 어떻게 감히 이럴 수 있어"라는 뜻을 전달하고 있었다. 참 비현실적이다.

80/ 약 1년 뒤, 나는 학교로 돌아온 켈리를 보았다. 병원에서 켈리의 턱을 다시 붙여놓았지만 이식받은 피부와 얼굴의 흉터, 없어진 눈때문에 켈리는 아주 눈에 띄는 끔찍한 외모를 갖게 되었다. 다리 역시 심하게 다쳐서 여전히 목발을 짚고 다녔다.

82/ 사샤는 남에게 요리해 주는 걸 좋아했기에, 우리는 주말 동안 먹고 마시며 폴강 상류를 한가로이 거닐고 낚시도 했다.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잭과 세라는 일요일아침에 떠났고, 약 아홉 시간 뒤에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다며 전화를 걸어서 대접해 준 우리에게 다시금 고맙다고 했다. 친구들이 떠난 지 불과 두어 시간밖에 되지 않은 느낌 이었고,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떠나온 세상과 그래도 조금은 이어져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이제 정말로 이곳이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8/ 사샤/ page.84

93/ "1996년 1월에 시모어 집안에서 샀어. 시모어 가족은 우리 둘이 처음 만났던 해 봄에 그 집을 팔았고, 그 뒤론 아무도 여기 살지 않았지...... 2012년에 시모어 가족에게서 부동산 투자 회사가 이곳을 산 다음부터 지금까지, 여긴 비어 있었어."

"댄과 루시가 그랬잖아. 1996년 겨울에 시모어 가족이 여기 이사 왔을 때, 두 분이 그들에게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었다고. 악령인가 뭔가에 대해서 똑같이 뭐라 뭐라 했다고 했어. 그때 이후로는 계곡의 새 소유주가 오지 않아서 말해줘야 하는 일이 없었다고 했잖아?"

"난 사실...... 시모어 가족에게 전화해 보면 어떨까 싶은데. 댄과 루시에 대해서 좀 물어보고, 그들은 '악령' 이야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고 싶어."

94/ "우리가 이제껏 가본 도시들은 죄다 점점 인구가 많아진 반면, 여기서는 반대로 사람이 점점 적어지고 있었던 거야...... 참 멋지지."

9/ 해리/ page.97

98/ 노란빛 구였다. 연못 속에, 물 아래 1미터쯤 잠겨 있는 빛.

109/ "해리, 너도 느꼈어?"

"응...... 무슨 미친 짓인지 모르겠지만, 느꼈어......"

대시 역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현관 앞에 선 개는 꼬리를 흔들며 밖으로 내보내 주기를 기다렸다.

사샤와 나는 그런 대시를 보다가 말문이 막힌 채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10/ 사샤/ page.111

113/ "방금 그렇게 되었어요. 조금 전, 연못에서 빛을 봤습니다......"

"불을 피웠나? 보자마자 불을 피웠냐고. 해리?"

"네, 그럼요. 빛을 보자마자 불을 피웠죠. 약속했던 대로 피웠단 말이에요! 빛은 사라졌어요. 가르쳐주신 기적적인 치유법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북소리도 안 들렸고요!"

11/ 해리/ page.118

120/ "맙소사, 해리. 완전 젖었네. 엄청 춥지?"

"응."

"그래서...... 연못에서 빛을 내는 물건 같은 걸 찾았어?"

"아니."

121/ 니콜스 병장의 임종을 영원히 잊을 수 없게 된 나는 전능한 신의 존재를 부정하게 되었다.

123/ "만약 두 분이 쓴 '곰 추격'이라는 여름 악령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그땐 확실히 알 수 있겠지"

135/ "내 강력하게 말하겠네. 총으로 그 벌거벗은 남자를 쏴, 해리."

"자네가 쏘지 않아도 어차피 흑곰이 남자를 잡을 걸세. 그러면 남자가 산 채로 잡아먹히는 모습을 보게 되지. 마구 울면서 자네에게 살려달라고 빌 거고, 온몸이 엉망진창이 되는 꼴이 보일 걸세. 음. 그건 아무리 봐도 불쾌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곰 걱정은 하지 말게. 곰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니까. 오히려 벌거벗은 남자가 위험한 쪽이야. 하지만 지금 내 말의 요점은 아주 간단하다네, 해리. 절대로 그 남자를 자네나 사샤 가까이 못 오게 해. 알겠나? 안 그럼 그 남자가 자네를 갈가리 찢을 걸세. 어쨌든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야. 그 남자는 그렇게 빠르지 않거든. 곰도 마찬가지고. 그냥 설렁설렁 뛰어오는 정도의 속도야. 그러니 고함 소리가 들리거든, 곰이 쫓아오는 위치를 파악하고, 그 남자와 자네 사이에 뭔가 장애물을 둔 다음, 쏘아버리게. 그러면 곰이 남자를 끌고 갈 걸세. 그걸로 끝나. 이 모든 일은 보통 여름에 서너 번밖에 일어나지 않지. 봄철의 빛과 비슷해."

137/ "봄은 가장 쉬춘 축이야."

제3부/ 여름/ page.138

12/ 사샤/ page.140

143/ "와...... 아이다호주에서 처음으로 보는 곰이야!"

145/ "왜 그래? 곰과 멀리 떨어진 죽은 나무를 쐈어. 곰들은 무사해."

148/ "곰에게 쫓기는 사람이 있다면, 벌거벗었든 아니든 낯선 사람을 죽여버리라는 살인 명령을 따를 마음은 없어. 그건 정말이지 ...... 미친 짓이잖아, 자기야."

"근데 말이야......"

"그러니까, 만약 모든 게 댄과 루시의 말처럼 불길한 형태로 정확히 일어나면, 난...... 그 벌거벗은 남자를 쏠 거야. 우리가 피해를 입기 전에 말이야.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150/ 두 번째로 연못에 빛이 나타나서 댄과 루시가 우리를 찾아왔던 날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그날 오후, 루시가 나에게 전화를 해서 혹시 다음 날 같이 산책하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다.

154/ "루시, 만약에 우리가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예를 들어서, 빛이 보일 때 불을 붙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나요? 북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창문을 가리고 집 안에 아무것도 들이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하지만...... 만약 북소리가 들려도 우리가 그렇게 안하면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나요?"

157/ "루시,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혹시 그 악령을 무찌를 방법은 전혀 없나요? 무찌르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잠잠하게 만들 방법이라도 있지 않을까요? 영원히?"

"지금 내가 당신에게 할 말도 조가 해준 대답에서 비롯된 거예요. '그런 건 없소. 하지만 여러분이 규칙을 따른다면, 걱정할 거 하나 없을 거요. 악령은 이 땅의 일부니까. 날씨나 계절처럼 말이요'라고요."

158/ 시모어 가족은 무슨 일을 겪었기에 떠나야 했을까.

마침내 나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직접 시모어 가족을 찾아가서 알아보기로.

13/ 해리/ page.159

178/ 대시가 꼬리를 올리고 살랑살랑 흔들어대는 게 아닌가. 등 위로 휙 솟은 꼬리를 인사듯 앞뒤로 흔드는 건 녀석이 기분 좋을 때만 하는 행동이었다. 나는 대시를 보다가 곰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곰은 내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대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곰이 어떻게 했는지 아는가. 내 목숨을 걸고 맹세하는데, 정말로 그 곰이 내 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빌어먹을 고개를 끄덕였다고.

182/ "군 보안관 대리 에드워드 모스입니다. 당신은, 음......"

182/ 첫째, 이 지랄은 진짜다. 적어도 이번 생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진짜다. 둘째,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샤가 이 곰 추격이라는 걸 혼자 겪게 두지 말자.

194/ 하지만 경찰은 가방을 찾지 못했다. 이틀 뒤에 내가 가방을 찾아 냈으니까. 그 가방 속에 들었던 권총은 아직도 갖고 있다.

왜 지금 그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건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때 나는 정말 큰일났다는 걸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지금 역시 그렇다.

14/ 사샤/ page.195

202/ 다음 날 오후, 댄과 루시는 친구 조앤을 소개해 주었다.

204/ "저 새끼를 쏠 거야. 산 채로 곰에게 먹히는 걸 볼 이유가 없어."

205/ "같은 남자야? 그러니까...... 지난번과 똑같이 생겼어?"

해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똑같은 놈이야. 전부 다 똑같아."

207/ "이 땅은 이제 내 거야. 내가 뺏었어. 그러니 너는 앞으로 절대 땅을 되찾지 못할 거야."

그러자 놀랍게도 남자의 안색이 갑자기 확 바뀌었다. 이제껏 필사적으로 공포에 잠겨 끔찍했던 표정이 싹 사라졌다.

210/ 일부러 이 악령을 화나게 하려고 시비를 거는 건 대단히 멍청하고 바보 같고 위험한 일이었다.

212/ 해리의 도발을 받은 남자의 반응을 봤을 때, 처음으로 이 모든 것의 실제적인 해결책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 남자가 연기하던 태도를 버리고, 표정을 확 바꾸고 실제로 반응하는 것을 보자, 뭔가가 더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철따라 현현하는 악령을 만나고, 규칙을 따르고, 악령을 내쫓고, 또 이런 일을 반복하는 정형화된 메뉴얼을 넘어 뭔가가 더 있을 것이다. 지금의 현상은 나무 단순하고 가볍지 않은가.

철따라 나름의 소소한 규칙과 의식이 있다면, 아예 그 모든 걸 사라지게 하는 규칙과 의식이 있다는 가설도 미친 소리는 아니지 않나? 적어도 1년간 악령을 한 번에 쫓는 규칙이나 의식은 없을까? 1년보다 더 오래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되풀이되는 이 주기를 깨뜨릴 만한 무언가가 없을까?

218/ 시모어 가족

부모 : 리처드&몰리

쌍둥이 : 마크&코트니

베서니: 전처와 리처드의 딸

1996년에 목장 구입

2011년 봄, 연못에 빛이 나타났을 때 불을 피우는 데 실패함

2011년 봄, 즉시 집을 떠남

2011년 5월. 리처드와 몰리와 쌍둥이 사망

남은 딸 베서니는 적어도 2012년 봄에 신탁 변호사가 시모어가 재산을 팔 때까지 살아 있었음

219/ 시모어 가족이 떠난 이유에 대해 루시에게 물어보기

리처드와 몰리, 마크와 코트니가 이곳을 떠난 뒤 몇주 만에 죽었다는 걸 아는지 루시에게 물어보기

베서니를 찾아내기

15/ 해리/ page.220

222/ 잘 알지도 못하는 악령이라는 존재를 도발하면 위험한 것도 맞는다. 하지만 그놈이 실제로 무언가에 화를 낸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기분이 빌어먹을 정도로 좋았다.

240/ "내가 남자를 쐈잖아. 그런데 사람을 쐈다는 느낌이 안 들어. 말이 돼? 심지어 벌레를 죽인 것 같은 느낌조차 안 들어. 그냥 뭔가를 싹 치운 느낌이야. 마치 얼룩을 지워버리듯이."

243/ 하지만 난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이를 갖고 싶었다. 이곳에 이사 오기 전부터 아이를 원했고, 하루가 갈수록 이곳에서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갔다.

16/ 사샤/ page.244

249/ "사샤, 그때의 대화는 아주 짧았고, 완벽하게 기억나지도 않아요. 하지만 아빠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미친 사람의 말처럼 들렸죠. 무언가가 자기들을 쫓아오고 있다고 했어요. 자기와 몰리와 쌍둥이들을요. 그리고, 흐윽......"

"아빠는 자신들이 갇혀버렸다는 식으로 말했어요. 계속해서 '그게 우릴 못 떠나게 한다, 그게 우릴 못 떠나게 한다'라고만 말했어요."

"하지만 아빠는 거절했어요. 그걸, 뭔지는 모르지만, 그걸 달고 우리에게 갈 수 없다고요. 그게 나를 찾아내게 하면 안 된댔어요."

255/ 사샤......있죠, 우리는 이곳을 떠날 수 없어요. 당신과 해리, 댄, 나는 ...... 우리는 이 골짜기에서 이사 갈 수 없어요. 우리는 절대로 이 골짜기를 떠날 수 없다고요. 악령이 하는 짓 가운데 그것도 있어요. 이게 ...... 우리가 빠진 미친 상황이에요."

257/ "조가 말했죠. 여기를 떠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면서 이러느냐고요. 악령이 곧바로 당신들을 찾아내 죽일 걸 알지 않느냐고요. 그분들은 상관없다고 했어요. 대가를 알지만 기꺼이 치르겠다고 하셨죠."

259/ "악령은 알고 있는 거예요. 그냥 여행과 완전히 떠나버리려는 노력의 차이를. 우리도 여행을 해요. 조도 그렇고요. 하지만 언제나 집으로 돌아올 계획이 있었어요. 어떻게 설명할지 모르겠지만...... 악령은 그 차이를 구분할 수 있어요.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있으면 악령이 쫓아와요."

"우리가 이곳에 영원히 갇히는 형벌을 받았다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걸 어기면 일종의 사고사를 당하는 줄은 몰랐다고요."

17/ 해리/ page.264

270/ "이런 이야기를 사샤에겐 한 적이 없습니다. 제가 몇 가지 조심하는 사항이 있어서...... 사샤에겐 알리지 않으려고 조심하거든요. 그런데 사샤가 루시와 친한 만큼 오늘 말씀드린 사항을 사샤가 몰랐으면 해서--"

"더 말할 필요 없네, 이 친구야. 이해하네. 오늘의 대화는 우리끼리만 알고 있도록 하지."

18/ 사샤/ page.273

273/ 우리가 여기에 갇혀버렸고, 벗어나고자 한다면 대자연의 농간으로 사고사를 당하게 되므로 이사 갈 수 없다는 점은 말하지 않았다.

280/ "이래서야 아이를 갖는 건 끝인 것 같네. 그렇지? 영원히 갇혀 살아야 하는 세상으로 아이를 데려오는 거잖아. 물론 백 년 전에는 상관없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옳지 않은 것 같다. 태어나기도 전에 선택지를 빼앗긴다니, 안 될 말이야."

282/ "댄과 루시에게 화났어? 우리한테 말 안 해줘서?"

해리는 입을 꾹 다물고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잠시 뒤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왜 그분들이 우리에게 바로 말 안 했는지 이해는 가."

하지만 해리의 대답은 별로 진심인 것 같지 않았다.

"해리, 정말이야?"

그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분들에게 화 안 났어, 사샤. 너한테도 안 났고."

19/ 해리/ page.283

194/ 나는 울고 있는 벌거벗은 남자의 어깨 위로 조준경을 조정했다. 그러고는 곰의 가슴에 닿도록 조준점을 맞추었다. 이제 곰과 남자는 약 23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다. 내 마음속 어딘가가 말했다. 어서 남자를 쏘라고, 해왔던 대로 그냥 해버리라고. 하지만 또 다른 마음이, 아마도 분노가 공격적인 조수처럼 말했다. 곰을 쏘라고, 이 전체 시스템을 망쳐보자고, 악령에게 엿을 먹이자고.

303/ "대시가 그 곰이 되었나 보네. 아니면 자기가 곰의 임무를 이어받아 끝내야 한다는 걸 알았거나."

303/ 오늘 경험한 것 중 단 하나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말해봤자 사샤가 화내고 걱정하기만 할 사소한 사항이었다. 그 남자가 미소지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 미소를 보자 배에 주먹을 맞은 것 같았고, 그 미소 때문에 토할 뻔 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302/ "아, 저기 왔구나."

나는 사샤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직도 우리 머리 위로 맴돌며 춤추는 나뭇잎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가 왔는데?"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가을의 첫 낙엽이 왔어."

제4부/ 가을/ page.305

20/ 사샤/ page.306

310/ "우리는 가을 악령을 '허수아비'라고 부른다네. 허수아비는 봄의 빛과 여름의 곰 추격과는 달리, 가을에 두세 번밖에 나타나지 않아. 게다가 우리가 잠을 자는 밤에만 나타나지."

"어쨌든 허수아비는 전혀 무겁지 않고, 반드시 옮겨야 하네. 집 반경 20미터 안에서는 불을 붙이면 안돼...... 그게 허수아비가 살아나거든."

312/ "허수아비가 뭘 하든 무시하게. 녀석들은 발견된 그 즉시 일몰전까지 태워야 하네. 자네 둘에게 다시 말하네만 지금 우리가 말하는 건 아주 간단한 행동이네. 허수아비를 찾으면, 집에서 멀리 끌고 가. 옮기면서 녀석들이 깨어난다 해도 무시하고, 그대로 태워버려. 그렇게만 하면 되네. 알겠지?"

318/ 모든 것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연못에 빛이 나타나면 불을 피워야 하고, 곰 추격이 시작되면 남자를 쏴야하고, 허수아비가 나타나면 불에 태워 없애야 하는 의식의 인과관계를. 여기에는 아주 균형 잡힌 특성, 말하자면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다는 특성이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의식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부가적인 규칙이 있을 것이다. 악령을 몰아내거나 완전히 잠재울 더 크고 포괄적인 규칙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결심했다. 우리를, 우리의 땅과 몸을 사로잡은 이 악령의 굴레를 깰 방법을 찾아내리라. 내일 당장 알아낼 수는 없겠지. 어쩌면 올해 안에도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알아내리라. 내가 늙어 죽든, 아니면 악령의 노여움을 사서 죽든, 방법을 알아내다 죽으리라 각오했다.

21/ 해리/ page.320

324/그러자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가을 아침 해가 뜨기 전 희미하게 비치는 은빛 어스름 속에서 나타난 존재, 우리의 첫 번째 허수아비였다.

338/ 이번에는 여자 인형이었다. 10대 소녀 같았다. 짚으로 채운 자그마한 하얀 장갑 차림 손을 무릎에 가지런히 올린 채로 등을 곧게 펴고 앉아 있었다.

343/ "그래. 내가 생각이 과했어. 허수아비는 불타 없어졌지. 우린 이제 무사해."

22/ 사샤/ page.344

345/ "루시, 모든 일의 이면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대체 악령의 목적이 뭘까요? 악령이 뭔가를 상징하는 게 있을 텐데요. 아니면...... 악령이 자신을 표현하는 모티브가 있거나요."

352/ "그러니까...... 그 배열을 살짝 바꿀 방법이 없을 리 없잖아요? 공식을 망쳐버려서 악령이 우리에게 가하는 힘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361/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나는 뒷베란다에 앉아 터지려는 눈물을 온 힘을 다해 참았다. 나 힘신했어. 임신해 버렸다고.

363/ 악령 따위 망해버려라. 우리는 여기서 정말 행복하게 살 거야. 좋은 삶을 살아갈 거라고.

23/ 해리/ page.364

365/ 하지만 이 새끼는 고개를 오른쪽으로 기울이고 얼굴에 소름 끼치게 거들먹거리는 미소를 띤 채 주방 창문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372/ "이제 내가 왜 이놈들을 왜 이리 싫어하는지 알겠지. 하지만 이런 비명은 처음 들어. 마치 지옥의 합창단 같군."

376/ "네가 내 땅을 뺏었다고? 짐승도 인간도 절대로 내 땅을 빼앗을 수 없다, 여행자여. 여행자들은 무리를 이루고 떼를 지어 이 땅을 차지하려고 옛날부터 왔었지. 바위 조각가, 사냥꾼, 조련사, 쇼쇼니족, 배넉족, 모피 상인, 광부, 사제 , 농부 할 것 없이 모두 와서 이곳이 자기 땅이라 하더군. 나의 정수가 씨앗이 되기 전에 너의 뼈는 그들의 뼈를 비롯한 모든 뼈와 마찬가지로 먼지가 될 것이다. 나는 이 땅이다."

379/ 기절하기 직전, 대시가 나의 얼굴을 핥는 느낌과 더불어 사샤가 내 이름을 목이 찢어져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24/ 해리/ page.380

381/ "이런, 이런, 진정해, 친구. 사샤는 괜찮아. 사샤는 무사하다고. 대시! 대시, 이리 와라!"

382/ "해리, 나는 조라고 하네."

384/ "해리, 댄 스타이너는 죽었네. 어제 아침 사샤가 자네들을 찾을 때만 해도 살아 있었지만, 끝내 이겨내질 못했어. 오늘 아침에 죽었다네."

386/ "악령을 자극했잖나. 약 올리려 하지 않았나?"

"그건 먹히는 방법이 아니야, 이 깡패 녀석아."

388/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 날이 섰고 분노가 서렸다.

"댄은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였네. 그런데 자네의 멍청함 때문에 죽고 말았어. 자네가 바보짓을 해서 죽었다고. 사샤가 아니었더라면, 루시와 댄이 자네 아내를 참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자네도 지금쯤 땅 속에 묻혔을걸세. 내 말 알겠나? 댄은 내게 여러 번 말했어. 자네는 좋은 놈이라고. 자네는 댄에게 목숨을 빚졌네. 댄이 아니었더라면, 자넨 오늘 아침에 깨어나지도 못했을 거야."

389/ "악령은 원한을 품지 않네, 해리. 궁금한 게 그거라면 답할 수 있지. 악령은 교훈을 줄 뿐이야. 내 보기엔 자네는 교훈이 필요했던것 같네만?"

390/ "그럴지도...... 하지만 자네와 아내가 이곳에서 살아갈지,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 살게 될지는 앞으로 올 날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네."

391/ "이 계곡의 겨울은 자네 같은 거친 짐승에겐 길고 어둡고 혹독할지도 모른다네., 해리. 남들보다 더 길고 어둡고 혹독하지."

25/ 사샤/ page.392

392/ 우리는 12월 첫째 주 화요일에 댄 스타이너의 장례를 치렀다.

395/ 나는 차가 미처 서기 전에도 그게 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조의 아들인 엘크도 같이 왔다. 그날 나는 엘크가 시내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보조 의사라는 걸 알았다.

397/ "아프가니스탄에서 해리가 했던 일에 대해 알고 있소? 죽였을지도 모르는 사람들 이야기를 아시오?"

398/ "조, 저 임신했어요."

400/ 그날, 루시가 해리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모습을 나는 울면서 지켜보았다. 두 사람 모두 얼굴 위로 눈물이 죽죽 흘렀다.

"해럴드 블레이크모어, 잘 들어요.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난 앞으로 이 땅을 떠날 때까지 매일 생각할 거예요. 댄의 죽음은 당신 잘못이 아니란 걸 안다고요. 우리의 삶은 매 시간 이 악령의 기분과 변덕에 달려 있었어요. 우리는 그걸 알고 있고, 결국엔 그 악령이 우리 모두를 집어삼키겠죠. 댄은 당신을 사랑했어요, 해리. 그러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401/ 조 역시 이 악령을 부숴버릴 방법이 있다는 걸 안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건 확실했다. 그의 눈빛에 나타나 있었다. 그렇다면 왜 혼자서만 그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화가 났다. 하지만 조가 아는 그 방법이 무엇이든, 악령의 속박에서 사람을 풀어줄 의식이 얼마나 오래되었든, 분명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 하지만 난 상관없었다. 그게 뭐든 알아낼 작정이었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면 ...... 그 대가가 얼마나 무시무시하든, 그 천 배를 곱한 값이라도 치를 작정이었다.

제5부/ 겨울/ page.402

26/ 해리/ page.404

414/ "사샤, 루시......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해리, 루시가...... 루시가 떠난대."

415/ "이제껏 당신에게 뭘 부탁하는 일은 없었죠. 하지만 지금은 두가지 부탁이 있어요. 첫째, 댄의 죽음을 계속 가슴에 품고 있지 말아요. 슬픔이 잊히도록 놔둬요. 과거로 흘려보내요. 어쨌든 그건 당신이 짊어져야 할 슬픔이 아니야. 그러니 부탁할게요. 슬픔을 품지 말아요."

"두 번째는 말이죠, 사샤를 사랑하고 칭찬하고 지지해 주라는 거예요. 사샤는 대단한 사람이에요. 그러니 아내를 신뢰하세요. 무슨말을 하든 잘 들어주고, 기쁘고 놀라운 일을 만들어주고, 무슨 일이든 상의하고, 용기를 북돋아 줘요. 때로는 맞서주고, 반대편에서 토론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세상 마지막 날까지 온 힘을 다해 이 여자를 사랑하라는 게 내 부탁이에요."

416/ "알아요, 해리. 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작정으로 이곳을 떠난다면 어떻게 되는지 나도 잘 알아요. 그래서 떠나는 거예요. 내 운명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요. 떠나면 오래 버티지 못하겠지요."

"괜찮아요. 댄이 없는 삶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요. 이건 내가 바라는 거예요, 해리. 나에게 필요한 거예요."

417/ 사랑해, 사샤 블레이크모어. 나는 당신을 내 딸처럼 사랑한답니다. 자기는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다고. 그러니 내가 떠나면 꾸물대지 마요. 이제 할 일이 있다는 거 알죠?"

418/ "두 사람은 댄과 나에게 축복이었어요. 둘은 잘 해낼 거예요. 둘의 사랑만으로도 이 세상에 물리치지 못할 게 없어요. 이 망할 악령도 마찬가지로. 그럼......"

418/ "해리, 나 임신했어."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27/ 사샤/ page.420

422/ "당신이 알아야 할 게 더 있소. 이 장소 이야기요. 앞으로 다가올 것이 있소."

"비수기죠. 댄과 루시가 겨울은 비수기라고 했어요.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잠시 쉬는 기간이라고요."

"누군가에겐 비수기일 수 있소. 하지만 아닌 사람도 있지."

"해리가 사람을 죽이 적이 있소?"

"음......네, 몇 명 죽였어요. 그런 것 같아요.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만은 분명해요. 그런데 왜요? 조, 그건 왜 물으세요?"

"그게 말이오, 사샤. 겨울에도 악령이 현현하긴 한다오. 하지만 타인의 생명을 완전히 앗아간 적이 있는 사람만이 경험하지."

424/ "겨울의 악령은...... 그 사람이 죽인 사람의 모습으로 현현하오. 악령이 그들을 이끌어 살인자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고, 그 살인자를 고문할 수 있게 해준다오."

425/ "해가 지고 나서 다시 뜰 때까지, 악령들이 당신들 땅에 머무는 동안 집 안에 촛불을 켜두시오. 한 명당 하나씩 켜야 하오. 해리가 죽인 사람의 수에 맞추어서. 촛불이 타는 한은 악령들은 당신들을 해치거나 집 안에 들어올 수 없소. 악령들은 그 땅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더 공격적으로 변할 것이요. 복수심이 강해지다 결국 필사적으로 집 안에 들어오려고 할 테지만, 촛불이 켜져 있는 한 당신들과 접촉할 수 없소. 당신들도 악령과 접촉할 수 없고."

28/ 해리/ page.430

441/ 나는 마르자 전투 초기에 죽였던 첫 번째와 두 번째 남자를 행크와 패트라고 부르기로 했다. 트럭에서 내 총에 맞은 노인은 브리저라고 이름 붙였고, 열 번쯤 쏴서 죽였던 네 번째 남자에게는 벅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446/ "넌 개가 싫은가 보네? 그럼 고양이를 더 좋아하나?"

447/ "진짜 매끄럽게 움직이던데. 놀래키는 솜씨가 최고 수준이야. 그러니 널 크립스라고 불러줄게."

29/ 사샤/ page.450

456/ 심지어 자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썼던 것과 똑같이 만든 소총을 '애착담요'라고 부르기도 했다. 가끔은 내가 어쩌다가 이 남자에게 홀딱 반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457/ 바로 그 소총이, 내가 알지도 못하는 소년의 삶과 그 소년의 공포와 폭력성이, 이 겨울 악령과 악령이 데려온 영혼의 진짜 근원이었다. 겨울이 왔을 때, 이 악령들이 해리에게 돌아왔을 때, 해리는 같은 폭력성을 지니고 같은 무기를 들고서 옛 적군들을 대할 때와 같은 준비를 함으로써 평화를 찾았다.

30/ 해리/ page.458

470/ 이렇든 음울한 순간이 많았지만, 그다지 오래가지는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사샤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그러면 차분함이 나를 감쌌다. 현 상황이 정말 나쁘지만 곧 끝나리라는 것을 알기에 약간 위안도 되었다. 이 세상 존재가 아닌 손님들이 저지르는 고문의 순간이 다하면, 곰에게 사지가 찢기는 남자나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는 허수아비쯤은 다시 보고 싶을 만큼 편안하고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순간도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

31/ 사샤/ page.471

479/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문틀에서 덜컹거리던 문이 조용해 지면서 갑자기 사방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불안하고 위험한 고요였다.

32/ 해리/ page.480

484/ 브리저가 내 위로 다가온 순간, 그는 돌연 정지된 애니메이션처럼 행동을 멈췄다. 그의 표정이 분노와 좌절로 일그러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철사에 매달린 꼭두각시 인형처럼, 집 밖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이들을 잡아당겨 이 공간에서 찢어내는 것처럼, 악령들이 일제히 집 바깥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떻게 된 것일까. 궁금했던 것도 잠시, 깨달음이 왔다.

33/ 사샤/ page.486

488/ 그 순간, 머릿속을 스치는 말이 있었다. 조가 한 말이었다.

살인은 부자연스러운 행위이기에, 살해당한 자의 영혼은 불안해진다오.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가 되는 거지. 그래서 책임져야 할 사람에게 자길 알아봐 달라고 요구하는 거요.

489/ "초를 꺼버리자. 악령을 집에 들여."

34/ 해리/ page.493

495/ 나의 시선이 이리저리 움직이다 사샤의 얼굴에 닿았다. 나는 그녀가 악령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35/ 사샤/ page.496

497/ "사랑해."

해리는 내게 돌아서서 말했다.

"나도 사랑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몸을 숙여 촛불이 놓인 쟁반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붗꽃 사이로 해리를 바라보며, 촛불을 껐다.

36/ 해리/ page.498

500/ 그 순간, 나는 이 골짜기로 이사 온 뒤 가장 불쾌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조금 전 내가 완전히 마음을 열고 사샤에게 진실을 토로한 다음 그녀가 받아들이기를 기다렸을 때 느꼈던 감정과 흡사했다. 마치 악령들이 나를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501/ 마치 공간의 구조 자체가 깊고도 거대한 한숨을 내쉰 것 같았다. 곧바로 불빛이 다시금 환해지면서 깜빡이는 빛의 고리가 폭풍우처럼 확 밀려나가며 악령들이 사라졌다.

37/ 사샤/ page.502

503/ "나 어때?"

그는 내게 고개를 숙이고 키스했다.

"완전 엉망이지. 강해 보이고. 정말 아름다워."

에필로그/ page.504

505/ 그러니까...... 여름이 훌쩍 다가왔는데도 빛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한 번도 없었다고요."

510/ 난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이 대시를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 개의 눈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살피면서, 대시가 무슨 신호라도 주기를 기꺼이 바랐다.

대시가 이 악령과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악령을 감지하는 대시의 인지 능력은 화재경보기만큼 가치 있는 생명줄이었다. 말하자면 우리의 보초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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